▶ 기독교는 불가지론을 주장할 자격이 없다
사도행전17장에서 바울은 알 수 없는 신의 제단앞에 서서 불가지론(不可知論)을 설명한다. 불가지론이라는 것은 인간은 진리를 알 수 없다는 교설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불가지론을 내세우면서 기독교를 전파하려는 것부터가 모순일 수밖에 없다. 불가지론이라고 한다면 사물의 본질이나 실재(實在)를 비롯하여 인간의 경험을 초월하는 문제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알 수 없다는 불가지론을 내세우면서 신(神)이 어떤 존재인지 다 알고 있다는 듯이 기독교를 전파 하려고 한다. 진정 불가지론을 내세울 수 밖에 없는 것은 이 세상에 무신론자(無神論者)뿐일 것이다. 인간의 경험을 초월하는 알지 못하기에 무신론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불가지론으로 종교를 설파하려는 것 자체가 모순된 행동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게다가 신에게 이름까지 붙여놓은 종교가 불가지론을 내세우는 것은 더욱 어처구니 없다.
어처구니 없게도 오늘날의 기독교인들도 자신의 종교를 전파하기 위해 사도행전의 바울과 같이 불가지론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이 우주의 만물이 우연히 존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유명한 과학자들의 말을 근거로 제시하거나, "인간의 생각으론 절대자의 위대한 뜻을 알지 못한다"라고 주장한다. 그 기독교인들은 학교에서 논리공부나 제대로 했는지 의심이 간다. 이 우주의 만물이 우연히 존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과학자의 말은 상당히 타당할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유신론을 직접적으로 증명하지를 못한다. 또한, 유신론을 완벽하게 증거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우주만물의 법칙을 조정하는 절대자 즉 신이 기독교의 여호와라는 점에도 절대 근거가 될 수가 없다.이것은 기독교인들이 아주 흔하게 저지르고 있는 순환논리의 오류이다. 순환논리의 오류라는 것은 논증되어야 하거나, 논증되지 못한 것을 논증의 근거로 하였을 때 뒤따르는 모순이다. 그것을 주장하려면 창조신이 어떻게 기독교의 신, 여호와로 귀결되느냐는 것을 논증하거나 검증해야만 한다.
만약 필자가, "이 세상은 우연히 존재할 확률이 낮습니다. 따라서 이 세상은 옥황상제께서 창조하셨습니다."라고 주장한다면 뭐라고 대꾸하겠는가? 성경이란 책 이외에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근거를 가정도 아닌 진실인양 받아드리고 난 후, 그 위에 모든 사물의 원리를 펴 나가는 것은 치명적인 순환논리의 오류를 발생시킨다. (제발, 우리나라의 밝은 앞날을 위해 교회에서는 학생들에게 이런 엉터리 논증을 교육시키지 말라. 한창 생각하고 사고하면서 머리를 회전시켜야 할 학생들의 머리를 굳어버리게 만들까 겁난다) 어느 민족을 보나, 그 나름대로 절대주의 이름이 있고, 그 나름대로 체계적 이론이 있다. 그 절대자가 조물주 는 안 되는가? 천지신명은 어떻고? 또 서아프리카의 우남보테 는 왜 안 되는가? 기독교인들은 그 수많은 세계의 창조주들 중에 하나에 지나지 않는 여호와를 안 믿으면 모조리 지옥이라고 생떼를 쓰고 있다. 따라서, 기독교는 "절대주는 기독교의 여호와다" 라고 주장을 하려면, 그것을 보조할 객관적인 이론이 성립되어야 할 것이며, 기독교를 믿을 믿음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고 죽어버린 사람들이 어떻게 되는지 해명해내야만 할 것이다. "기독교에 들어가 보았더니 그곳에 절대주가 있더라","기독교의 여호와를 믿지 않으면 모두 지옥에 가야만 한다" 라고 주장하려면 위의 모순점에 대해서 반드시 해명해야만 하는 것이다.
구한말, 마태오 리치의 '천주실의'가 우리나라의 유학자들에 의해 번역된 적이 있다. 그 책의 서문에는 "천주(天主)가 전세계에 돌아다니며 복음을 전파하려면 얼마나 바쁘겠는가? 또, 복음이 들어오기 전의 우리민족에게는 하나님이 없었겠는가?" 라고 유학자들이 언급했다고 한다. 그렇다. 그 말이 바로 정답인 것이다. 하나님, 또는 진리는 어느 민족, 어느 종교에게나 있다고 생각한다. 오로지 기독교의 신만이 진리이고, 다른 종교는 우상숭배요, 기독교를 안 믿으면 모조리 지옥이라는 여러분의 사고방식은 오늘날 한국의 기독교를 싸구려 종교집단으로 타락시켜 버렸다.